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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는것이 미덕인 우리 사회에서, 나에겐 그 미덕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 고통이었다.

지인과 식사 약속을 잡는 것도 미안하고, 남의 집에 방문했을 때 음식을 억지로 먹는 것 또한 곤욕이었다.


"항상 소화가 안된다"

"식탐이 없고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다. 즉, 입이 짧다"


위하수 증에 걸리면, 대체로 이런 형태의 사람이 되어있다.

물론 모든 소화불량이 위하수증은 아니고, 식탐이 없는 사람들이 모두 위하수증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유년 시절 한의원에서 들었던 "이 아이는 비만체질인데요?" 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지금의 나는 180대의 큰 키에 비해 60kg도 안되는 몸무게를 갖고 있다.


과거 방문한 여러 한의원에서 "위하수증이라 소화가 안된다. 그래서 살이 안찐다." 라는 말을 듣고,

좋다하는 여러가지 치료도 받았다.

한방병원, 8체질 등 수십 가지 한의원에 갔지만 조금 좋아질만하면 다시 재발하고,

내장 문제가 아닌가 싶어서 내과에서 정밀 진단도 받았지만 결국 별 문제 없다는 결과지만 받았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었다.

그러다 요 몇 주 전, 업무 스트레스로 두통도 생기고 디스크 진단까지 받아서 여러 병원을 다니던 도중,

동네 한의원에서 또 다시 위하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그래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이번엔 뿌리 뽑아보고자 제대로 맞설 준비를 했다.


현재 나의 문제점은 이랬다.

1) 멀티태스킹이 잦았고 이로 인해 업무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2) 오래 앉아있는 업무 특성상 디스크가 발생했다. (두통, 목, 어깨)

3) 출퇴근 시 걷기 외에는 운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행히 걷는 시간은 하루 30분 이상이었다.

4) 체력이 떨어질까봐 (혹은 살이 빠질까봐) 음식은 억지로 (살기위해) 먹고 있었다.

5) 두통이 있으니 집에 오면 자주 누웠다.


그리고 이제부터 어떻게 행동했는지, (언젠가 또 발병할 수 있으니)

미래의 나를 위해, 그리고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다른 분들을 위해 정리해둔다.




사실, 위하수에 집중하기 전에 아픈 통증들을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통증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다른 모든 증상을 악화시키기 좋다.

본인의 경우는 두통이 심해서 다른데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디스크를 잡는데 집중했고, 다행히 가까운 정형외과에서 몇 가지 주사 시술과 도수 치료,

약간의 재활을 거쳐서 두통을 잡는데 성공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요가를 통해 "마음챙김" 수련을 하여 완화시킬 수 있었다.

간혹 요가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도 계신데, 마음챙김은 서양에서도 많이 알려졌고 어느정도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되어있기 때문에 요가를 하지 않아도 마음챙김 수련하는 방법이 책으로 출판된게 많다. 그 책을 이용해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과에서 몇 가지 검사는 하고 시작하길 바란다.

피검사, 소변검사와 같이 다른 질병이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검사해야한다.

본인의 경우는 다 정상 판정이 나왔기 때문에 마음놓고 실행할 수 있었다. (회충약도 먹었고...)


통증을 거의 다 잡아간다면 이제 준비가 되었다.




우선 첫번째 단계는 '적게 먹기'다.


사실 필자는 가장 걱정이 되었던 단계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본인은 굉장히 마른 상태이고, 운동도 하지 않아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말랐다는 것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안쓰러운 눈빛을 받아온 삶이고, 1kg만 더 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런데 적게먹으면 살이 빠지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해야만 하고, 대신 걱정을 떨칠 대안을 준비하도록 한다.

1) 식사량은 일반인의 30%~50% 수준으로 한다. 즉 3분의 1공기에서 2분의 1공기를 먹는다.

- 밥은 되도록 데워서 먹는다. 찬밥은 소화가 잘 안된다.

- 가족과 살고 있다면, 가급적 본인 밥은 본인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먹을 수 있을 만큼만 담는다.


2) 수분(물, 음료)은 한 모금씩 음미하면서 마시고, 한 타임에는 가급적 100ml 정도 씩 마신다. 식전 40분 에는 되도록 마시지 않는다.

- 되도록 미지근하거나 따뜻하게 먹도록 한다.

- 100ml는 종이컵 절반 정도이고, 한입 가득 정도라고 봐도 된다. 적당한 모금으로는 약 2~3모금 정도.

- 공복에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위가 쳐진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기도하고, 많이 마신다고 다 흡수되지도 않는다.


3) 식사, 간식, 수분 섭취 간격은 기본 1시간 반으로 하되, 너무 힘들면 30분 정도로 한다.

- 예를 들면, 9시에 아침식사 - 12시에 점심식사 - 6시에 저녁식사 이렇게 한다고하면

- 10시반에 아점간식, 1시반에 점심간식, 3시에 중간간식, 4시반에 저녁전간식, 7시반에 밤간식 등 식사량이 적은 것을 보완해줄 중간 영양 보충 시간을 가질 수 있다.

- 수분 섭취와 간식도 당연히 많이 먹지 않도록 한다. 반드시 먹을 필요도 없다. 배부르면 안먹어도 된다.


4) 간식은 다음을 추천한다. 필자 기준이므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먹어도 된다. 가급적이면 간식도 조금만 먹도록 한다.

- (유제품) 치즈(슬라이스 치즈 1~2장)나 요거트(시중에 파는 작은 슈퍼100 같은 것들)

- (단백질) 계란(날계란 혹은 찐계란 혹은 삶은계란 중 먹기 편한 것), 두부. 콩류는 소화가 잘 안될 수 있으니 많이 먹지는 않도록 한다.

- (마실것) 우유, 두유, 생과일 쥬스. 가급적 미지근하고 100ml 이하로 나눠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 (영양제) 종합비타민제, (또는 처방받은 홍삼, 한약 등)


위와 같이 실행하다가 아토피가 심해져서 다음과 같이 바꾸었다.

- 유제품인 치즈와 요거트 대신 두유

- 계란 대신 두부

- 마실 것에서 우유와 쥬스 제외. 물이나 두유로 섭취

- 쌀 뻥튀기, 감자, 고구마, 귤, 사과로 간식 대체.


5) 식후에는 가급적 눕지 않고, 약 30분간은 앉아있거나 천천히 걷는다.

- 걷기보다는 앉아있는게 더 좋았던 것 같다.

- 물 마신 뒤에도 눕지 않도록 한다.

- 피치못한 사정으로 누워야 한다면, 되도록 잠들지는 않도록 한다.




이렇게 식이 요법을 시작한다면 하루이틀만에 효과가 나진 않고, 배고픔에 조금 힘들 수는 있다.

너무 걱정된다면 간식으로 조금씩 채워보도록 한다.



두 번째 단계는 "운동"이다.

거창한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 없다. 그냥 "걷기"이다.

하루 30분 정도 걸으면 좋은데, 중요한 건 자세다.


이건 한의원에서 소화시켜주는 기구를 하면서 느낀건데,

보통 걸을때 무릎은 자연스럽게 굽히게 되지만, 다른 곳은 뻣뻣할 수 있다.


핵심은, 걸을 때 "골반", "무릎", "발목", "발끝"까지 신경써야 한다는 점이다.

일단 골반. 약간 모델 워킹처럼 엉덩이를 살짝 앞뒤로 씰룩대듯 가면 된다. 무릎이 굽혀지면서 골반이 회전하게 될 것이다.

무릎은 자연스럽게 굽히면 된다.

발목과 발끝은, 다들 인터넷이나 다른 정보를 통해 많이 보았을 것인데, 발 뒤꿈치가 닿고 발 끝으로 밀어내라는 것이다.


골반과 발목, 발끝은 약간 신경쓰면서 걷도록 하고, 본인의 경우는 골반이 핵심이었던 것 같다.

골반은 장이 위치해있고 오래 앉아있다보니 허리쪽이 불편했는데 이게 같이 풀렸던 듯 하면서 배변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




세 번째 단계는 "식이요법 변화"다.

거북함이 줄고, 이제 좀 더 먹을 수 있겠는데? 싶으면 변화를 줄 수 있다.


일단 기본 식사량에서 한 숟갈을 추가한다. 배부르기 전에 식사는 끝나야 한다.

혹시 마지막 한 숟갈을 먹기 힘들다고 느끼면 아직 추가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야식을 줄인다.

소화되기 전에 잠드는 것은, 소화를 잘 시키는 이들은 살찌게 하고, 못 시키는 이들을 더부룩하게 할 뿐이다.

가급적 취침 2시간 전에는 금식한다. (물 100ml 이하는 괜찮은 듯하다)


좀 나아진 듯해도, 우리 체질에는 과식은 절대 금물이다.





이렇게 단계를 밟아가는 동안, 솔직히 안그래도 안나가던 몸무게는 처음보다 2kg 줄어있는 상태다.

하지만 배는 훨씬 편안하고, 소화가 잘 된다고 느낀다. 오히려 2kg이 불필요한 음식물 덩어리는 아니었을까?


혹시 대사증후군 같은 것도 걱정했지만, 최소 5kg 이상 빠지는 경우이기 때문에 2kg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소화가 잘 되면 근력 운동 등을 통해서 근육량을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주의하는 식습관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최초 글을 게시한 11월 초로 부터 약 1개월 지났는데,

위하수 증상은 현재 없다. 몸무게는 여전히 조금 줄어있는 상태이지만,

밥도 1인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간식도 나름 소화 잘 된다. 일단 이 습관은 유지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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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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